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빈 제품박스에 스마트폰이 든 것처럼 속인 후 계약금 등 명목으로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특경법상 사기)로 최모씨(43) 등 2명을 구속하고 문모씨(38)는 지명수배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 3명은 지난해 6월 경기도 김포 소재의 박스공장에서 스마트폰 박스 350개(1박스 당 스마트폰 20대 들이)를 실제 스마트폰 박스 모양과 똑같이 주문제작한 뒤 박스 안에 스마트폰 대신 석고보드와 스티로폼을 채웠다.
이후 최씨 등은 지난해 11월 홍콩 바이어 첸씨(34)에게 인천의 물류창고에 쌓아둔 빈 박스 350개를 보여주고 스마트폰 7000여대를 20억에 싸게 판매하겠다고 속여 지난 1월까지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총 5억7000만원을 가로챘다.
최씨 일당은 이와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첸씨 등 5명으로부터 총 7억3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 등은 박스를 80개씩 비닐로 봉인한 뒤 박스더미 맨 위에 제품이 든 정상 박스 1개를 올려놓고 피해자가 직접 뜯어보게 해 박스 전체에 휴대폰이 든 것처럼 속이고 계약 체결 때마다 정품 스마트폰을 1~2대씩 제공, 호의를 가장해 의심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첸씨 등 5명은 인기 스마트폰을 개당 29만원에 대량구매해 수출하거나 되팔 목적으로 최씨 일당과 거래하면서도 너무 싼 가격을 의심했지만 최씨 일당은 의심을 없애기 위해 박스더미 앞에서 "내가 먼저 찜했다"며 물건 쟁탈전을 벌이는 연기를 해 속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첸씨가 물건 지급이 늦어지는 데 대해 항의하자 최씨 일당은 빈 박스를 첸씨에게 택배로 보낸 후 잠적, 첸씨가 지인들에게 억울한 사연을 전해 결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편취금중 일부 1억원을 들고 도주한 문씨를 추적하는 동시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관련 범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정상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는 정품은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와 같은 유혹은 일단 의심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