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내사랑’...한 쌍의 양말처럼 살아가요
[리뷰] 영화 ‘내사랑’...한 쌍의 양말처럼 살아가요
  • 이소옥 기자
  • 승인 2017.07.20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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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내사랑' 스틸컷>

여기, 인적 드문 외딴 시골길에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뿔싸! 겉에서 봤을 때보다 더 삭막하고 어두운 내부공간이 드러난다. 그러던 어느날, 지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이 허름하고 낡은 집에 우연처럼, 아니 그보단 운명처럼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괴팍하지만 다정한 남자 에버렛(에단 호크 분)과 역경 속에서도 향기를 뿜어내는 여자 모드(샐리 호킨스 분)의 이야기, 영화 ‘내사랑’(감독 에이슬링 월쉬) 속으로 들어가 보자.

모드는 심한 관절염으로 다리를 절기 때문에 직업을 갖기는커녕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도 힘겨운 여자다. 설상가상으로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자 오빠로부터 버려지듯 고모 집에 맡겨지게 된다. 그렇게 체념한 채 살아가던 그녀는 우연히 들른 동네 잡화점에서 가정부를 구하고 있는 에버렛을 만나게 되고, 그 길로 억압적인 고모의 집을 떠나 그와 함께 살게 된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이 영화는 여느 로맨스 영화 같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커플의 이야기 따위가 아니다. 파스텔 톤의 낭만적인 포스터와는 대조적으로 영화 초반부는 가정 폭력의 현장 그 자체다. 고아원에서 자랐기에 누군가를 곁에 둔 적도, 사랑을 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는 에버렛은 처음에 모드를 하찮게 여기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 집의 서열을 정해주는데 에버렛이 생각하는 1위는 자신, 2위는 개, 3위가 닭, 마지막이 모드였다.

<사진=영화 '내사랑' 스틸컷>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황량하고 칙칙했던 에버렛의 집 벽에 모드가 그려 넣은 에메랄드빛 꽃나무를 시작으로 둘은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며 서서히 서로에게 물들어간다. 어느새 에버렛의 집은 모드가 그린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가득 차고, 쓸쓸하게 텅 비어있던 그의 마음속에는 모드가 자리 잡게 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모드는 결국 건강악화로 세상을 떠난다.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온 에버렛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집의 문을 하나하나 닫고, 그렇게 그의 세상은 다시 캄캄한 어둠 속에 잠기게 된다.

<사진=영화 '내사랑' 스틸컷>

캐나다의 나이브 화가(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경건할 만큼 소박한 태도로 건강한 리얼리즘을 기초로 삼는 예술가) 모드 루이스와 남편 에버렛 루이스의 약 30년간의 실제 결혼생활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이 영화는 관객들의 마음에 잔잔하지만 큰 울림을 선사한다. 사랑에 서툴렀던 에버렛이 모드를 만나고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진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감독은 에버렛의 발등 위에서서 그에게 안겨 춤을 출 때 가장 편안해보였던 모드와 그런 그녀로 인해 세상에 마음의 문을 열게 된 에버렛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함께함으로써 서로를 완전하게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영화 후반부에 에버렛은 “난 왜 당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라며 모드에게 차가웠던 자신을 반성한다. 나는 이 글을 보는 독자들에게 바란다. 에버렛과 같은 후회를 남기지 않길. 운명처럼 찾아온 눈 앞의 연인을 되도록 빨리 삶에 받아들여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길. 그래서 모드의 말처럼 ‘한 쌍의 양말처럼’ 살아가길. 양말은 한 짝만으로는 쓸모가 없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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