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민해방실천연대 아현2구역 사태 두고 “철거민 죽음은 사회적 타살”
"추운 겨울에 쫓겨나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갈 곳도 없습니다. 저는 이대로 죽더라도 어머니가 걱정입니다"
이달 4일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 마포구 아현동 철거민 박준경씨(37) 유서가 공개됐다.
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5일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씨 유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유서에서 박씨는 "아현동 572-XXX호에 어머니와 살고 있었는데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남은 것은) 이 가방 하나가 전부"라고 밝혔다.
박씨는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갈 곳도 없다"며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다"고 적었다.
또 박씨는 "저는 이렇게 죽더라도 어머니께서는 고생하시며 투쟁 중이라 걱정"이라며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적었다.
박씨는 "못난 아들 먼저 가게 돼 또 한번 불효한다"며 "어머니가 안정적 생활을 하시길 바란다"고 유서를 끝맺었다.
이날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박씨는 전날 오전 11시35분쯤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이달 3일 오전 11시쯤 마포구 망원 유수지에 옷 가방 등과 유서를 남긴 뒤 사라져 한강경찰대가 수색 작업을 벌여왔다.
빈민해방실천연대에 따르면 아현2구역 세입자였던 박씨는 지난달 말 모친과 세 들어 살던 집에서 강제집행으로 나온 뒤 노숙을 해왔다.
아현2구역은 2016년 6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뒤 재개발 사업이 진행돼 올해 8월부터 현재까지 총 24차례의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박씨 어머니도 발언했다. 어머니 박천희씨(60)는 "아들이 지난달에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는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피아노를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며 "우리 아들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울먹였다.
어머니 박씨는 "우리 아들은 나의 전부였다, 임대주택도 필요 없으니까 내 아들만 다시 살아오게 해달라"며 "아들이 내 꿈이었고, 내 전부였고, 내가 전부를 다 잃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