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대구 무슬림 모스크 건축, 그것은 '오만'이다
[취재수첩]대구 무슬림 모스크 건축, 그것은 '오만'이다
  • 박상규 기자
  • 승인 2022.12.28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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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주택 밀집지역에 신축 중인 이슬람 사원. 철골 구조물이 보인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대구 북구 대현동 주택 밀집지역에 신축 중인 이슬람 사원. 철골 구조물이 보인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국내 한 인권단체가 무슬림 공동체를 위한 모스크 건설을 도와달라고 유엔에 호소했다. 현지 당국이 법원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화를 내면서 말이다.

이 호소는 대구 지역 주민들이 경북대학교 근처에 있는 모스크 건설을 크게 반대하면서 나온 것이다. 모스크 건축 허가는 2층으로 지어질 수 있도록 2020년에 승인됐다.

한 지역 인권단체는 지난 월요일, 종교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한국 정부와 지자체에 “주민들의 공사 방해를 막고 즉시 시장에서 '돼지머리'를 제거할 수 있도록 개입해 달라”고 촉구했다.

돼지머리는 모스크 건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기도를 위해 무슬림들이 찾는 골목에서 돼지고기를 먹고, 돼지 머리를 전시해 놓은 것을 뜻한다.

공사를 반대하는 대구 시민들은 공사 현장 접근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 무슬림에서 금지되어 있는 돼지고기 바비큐 파티를 열며 공사장 주변에 돼지 머리를 전시했다.

무슬림 공동체는 이에 대해 혐오를 표하며 이들을 골목에서 사라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조 치에 따라 공사는 허가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아직까지 완료되지 못한 상태다.

유엔 관계자에게 보낸 청원서는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종교나 인종에 근거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대구시의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종교적 중립과 반인종주의 의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모든 피해를 복구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지역 주민은 지자체뉴스에 "우리는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모스크 건설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무슬림 거부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반면 무슬림 학생 대표인 미안 무아즈 라작은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이 지역의 무슬림에 대한 반대 행위는 순수한 이슬림 혐오증이다"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 공무원들은 “돼지머리는 민간인이 사들인 유용한 물품이라 주민들의 동의 없이는 처리할 권한이 없다”며 속수무책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우리나라는 뚜렷한 국교가 없고, 종교의 자유가 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부처님 오신 날을 챙기고, 이제는 미국 명절인 할로윈도 자유롭게 즐기고 누리고 있다. 

하지만 자유에는 분명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종교에 자유가 있다고 해서 그 종교가 다른 종교인들을 배척하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의 위에 설 수는 없다.

2015년 인구조사에서 한국인의 28%가 기독교인이라고 답했고, 나머지 15.5%는 불교인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무교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무슬림연맹에 따르면 국내 무슬림은 0.4%인 20만명 안팎이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한국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땅은 좁고, 모스크가 들어서는 지역은 지역 주민들이 밀집해 있는 주택가다. 누구를 위한 종교시설이 어디에 들어서는지 제대로 체크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모스크를 둘러싼 의견은 대부분 오만이다. 주거 밀집 지역에 종교 시설을 허가 내린 행정실수가 오만인지,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방해하는 지역 주민들이 오만을 부리고 있는지, 남의 나라에서 문화를 존중하지 않은 채로 자신들의 종교행위로 피해를 주는 이슬람의 오만인지 판단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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