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산악 지대에서 세계 차(茶) 전시회 준비가 한창이다. 경남 하동군이다.경남 하동에서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차와 관련된 이야기가 하나 있다. 한국 문화에서 차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첫 번째 싹이 난 찻잎은 지방관을 위한 것이고, 다음 싹이 난 것은 부모를 위한 것이고, 마지막 싹이 난 것은 남편을 위한 것이다. 시들고 오래된 잎사귀는 따로 보관하는데, 아이들이 배가 아플 때 약을 만든다.
우리나라 차의 전통은 124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발견된 기록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지리산 기슭에서 찻잎을 수확하여 단지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 상납해야 했다.
고려 918~1392년 이규보의 시에는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거친 산등성이에서 잘 익은 찻잎을 따서 모은 찻잎을 북쪽으로 350km 이상 걸어서 서울까지 운반해야 했다는 내용이 묘사돼 있다. 이규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땀 흘린 노력으로 마침내 차를 나라에 알릴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차는 이제 하동의 자존심과 같아졌다. 수백 년 된 지역 차 수확의 역사와 다양한 제품은 지역 농부들과 하동군과 경상남도 지자체에 의해 관행이 보존됐고, 전국을 넘어 전 세계에 크게 홍보되고 있다.
2023년에는 하동세계차엑스포가 열린다. 국제농업유산기관의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의 차 박람회다. 한 달간 진행되는 계절별 행사로 5월 4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커피, 에스프레소 음료 및 대량 생산 음료가 선보일 예정이며, 군·도 관계자들 50여명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가 야심차게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동철 엑스포 조직위원장 공동대표는 “1000년이 넘는 한국 차의 역사를 해외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에 따르면 하동군 차엑스포에서는 연철 가마솥에 지글지글 끓는 잎사귀, 찻잎으로 만든 화장품, 찻잔, 코스터 만들기, 국내 MZ 세대의 차 애호가들이 만든 새로운 종류의 차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동뿐만 아니라 해외 차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차를 맛보고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적인 수준으로 개최될 계획인 이번 차 엑스포는 K-드라마, K-POP을 넘어 K-차까지 세계의 주목을 받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엑스포 개막 행사에서는 임금이 궁궐에서 하동차를 대접하는 실제 관습을 보여주는 재연도 나올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감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