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이들 없는 세상에 관하여
[취재수첩] 아이들 없는 세상에 관하여
  • 이승준 기자
  • 승인 2023.04.14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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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최근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불필요한 물건을 굳이 사치하지 않고 정부 지원을 받아서 산다면,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장난감이나 유모차 등을 무료로 빌려주는 지자체 지원 센터도 있고, 출산휴가나 출산 지원금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가족들에게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것은 좋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은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인구통계학적, 경제적 재앙에 직면한 한국은 2022년 여성 1인당 평균 출생아 수는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인 전년도 0.81명에서 크게 떨어졌다. 선진국의 대체율(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생 수)은 일반적으로 약 2.1 정도다.

이런 흐름을 뒤집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아이를 낳는 모든 사람에게 급여와 다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세대 만에 빈곤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이 그다지 견고하지 않다. 사회지출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그러나 저출산에 대응해서는 자체적으로 출산자금 등을 지원해 잘 발달된 사회 복지 시스템으로 유명한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관대한 편이다.

2022년부터 엄마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사회주의로 유명한 프랑스보다 많은 200만원(1510달러)의 현금을 받았다. 또한 오는 2024년부터는 1세 이하 유아의 경우 월 70만원($528), 2세 미만의 유아의 경우 월 35만원($264)의 현금도 받게 된다.

초등학생 이하 아동에게는 월 2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고, 저소득층과 한부모를 위한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 기타 혜택으로는 임산부 의료비, 불임치료비, 탁아비, 연애비 등이 있다.

부산의 한 구에서는 최근 3회 이상 출산한 가정에 대해 상여금이 50만원($377)에서 1000만원($7,552)으로 인상됐다.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남의 한 지역에서는 7년 동안 자녀 1인당 월 60만원($453), 즉 5040만원($38,000)에 해당하는 수당이 지급된다.

그러나 이렇게 현금을 퍼붓는 것이 어떤 식으로든 한국의 인구학적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결혼 10년차에 서울에 거주하는 김진영(37)씨는 “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다. 나라나 지자체에서 얼마를 지원해 주든 출산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지자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갖는 것은 부모가 나를 어떻게 키웠느냐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책임감이 너무 크다”라며, “한 번도 아이를 가지고 싶었던 적이 없다. 출산을 위해 경력을 잃는 것도 무섭다”고 덧붙였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이, 출산이 단순히 가계경제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이나 출산은 단순히 선택의 문제다.

정부에서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19∼34세의 36.7%가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전국 시·도 중 출산율이 가장 낮은 서울의 경우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청년 10명 중 6명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국사회복지학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젊은 여성 중 결혼과 육아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4%에 불과했고, 절반 이상은 삶에서 둘 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한국의 혼인 건수는 192,000건에 불과했으며, 혼외 출산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독한 직장 문화, 높은 주택 및 교육 비용, 성 불평등 등 가족이 자녀를 갖지 못하게 하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자주 지적하고 있다.

지나친 경쟁도 문제다. 아이가 커가면서 겪을 교육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학교에 보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고, 학원비도 만만치가 않다.

2022년 한국인의 사교육 지출은 연간 총 지출이 26조 원(196억 달러)에 달하고 모든 학생의 거의 80%가 어떤 형태로든 사교육을 받는 등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대학생 최지호(21)양은 지자체뉴스에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압박감이 항상 있다”고 말했다. 최양은 “정부가 금전적인 지원보다는 부모가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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