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현장]금값 오르니 지자체 가치도 높아진 함평군
[지자체 현장]금값 오르니 지자체 가치도 높아진 함평군
  • 장순배 기자
  • 승인 2023.05.11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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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27억 투입, 현재 금 원물만 140억
금 훔치려는 도둑 잡힌 적도
사진=함평군

1999년, 한국에서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적황색 털을 가진 박쥐 무리가 전남 함평군의 한 폐금광에서 발견되었을 때, 당시 지자체를 이끌던 사람들은 기회로 여겼다.

서울에서 남쪽으로 270km 떨어진 시골 마을인 함평군은 인구 감소로 인해 경제적으로 부유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황금박쥐가 발견되면서 이 곳은 그야말로 엄청난 부촌이 됐다. 그 뒷배경에 있는 것이 황금박쥐동상이다. 

군 정부는 순금으로 만든 '황금 박쥐'라고 불리는 박쥐 동상을 세우기로 결정했고, 사람들은 이 동상을 '황금 박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진=함평군

지자체 공무원들은 2005년에 27~28억원을 들여 금 162㎏과 은 281㎏을 구입해 2.13미터 높이의 동상을 세웠다. 그 후 한국의 유명 조각가 변건호 씨가 3년 동안 거대한 은색 고리 사이로 날아가는 황금 박쥐 다섯 마리를 조각했다.

변건호 작가는 이 조각품이 "우주의 조화와 불멸"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이 동상은 박쥐의 자연 서식지인 동굴을 본떠 특별 제작한 전시관에 설치됐다. 동상 옆에는 알에서 태어난 한국의 신화 속 영웅을 기리기 위해 남은 금과 은으로 만든 커피 테이블 크기의 황금 알을 놓았다.

사진=함평군

지역 정부는 이 동상이 이 지역에 생태계의 경이로움을 선사하고, 자금난에 시달리는 소 사육 농가에 관광객을 불러 모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처음 동상이 세워졌을 때 국민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황금 동상에 세금 수십억 원을 쓰는 것이 낭비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한 지역 신문은 "지역 정서와 동떨어진" "화려하지만 공허한 관료주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귀금속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지자체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꼈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지금, 이 동상의 가치는 약 5배가 증가해 1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함평군

덕분에 이 동상은 지금까지 함평군이 투자한 것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투자가 됐다. 코로나 시국이 끝난 이후에는 지난 몇 주 동안 약 15,000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역주민은 지자체뉴스에 "금값이 오를 때마다 이 동상이 언론 등에서 관심을 가지더라. 그래서 금값이 오르면 동네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겠구나 생각이 든다. 요즘은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지역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는 것도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관광을 위한 입장료는 단돈 2000원 정도다. 2000원을 내고 140억 원의 가치가 있는 금을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범죄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2019년에는 세 명의 남성이 이 황금상을 훔치려다 체포됐다. 이 사람들은 경보가 울리자 도망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 지자체는 동상을 지키기 위해 기존 방탄유리에 더해 강철 셔터와 모션 센서, 고해상도 보안 카메라를 추가로 설치했다.

군 관계자는 동상을 현재 생태전시관에 있는 위치에서 접근성이 좋은 함평엑스포공원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동상의 가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동상 매각을 통한 세수 확보에 나설 계획은 없는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수익을 내기 위해 동상을 세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매각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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