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우리세대 부끄러운 자화상, 국제결혼 보조금
[취재수첩]우리세대 부끄러운 자화상, 국제결혼 보조금
  • 박상규 기자
  • 승인 2023.06.0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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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농어촌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었던, 그러나 여러 비난을 받았던 정책 '농어촌 지역 국제결혼 지원사업'이 점차 축소되는 분위기다. 

지원사업은 대부분 지자체에서 시행되는 것으로, 각 지자체마다 주로 미혼 남성 주민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할 경우 결혼 비용을 보조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체적으로는 농어촌 거주 미혼 남성으로서, 35세 이상 50세 미만 미혼 남성이거나 상한선에 제한을 두지 않고 35세 이상 남성 어업인 및 농어민 등으로 정하고 있다.

지원금은 최저 300만 원정도에서 최대 1,200만 원까지도 제공된다. 대부분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 초반 사이부터 시작된 것으로, 농업 부문의 부흥, 인구 증가, 사회 고령화 대응 등 몇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시행돼 왔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제도가 인권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신부 매매' 등의 문화를 조장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었다. 사실 외국인 신부의 경우 대부분 국제결혼 브로커를 통해 신부를 골라서 사오는 방식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제결혼은 여성을 상품화하고 1회 만남으로 결혼이 성사된다는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엄청난 나이 차이도 문제로 거론됐다. 브로커의 중개를 통해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 배우자는 40~50대가 대부분인 반면, 외국인은 20대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나 비인륜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비난이 쏟아지자 지자체들 중에서는 지원사업을 서서히 줄여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자체뉴스 취재에 따르면 10개 정도 지역이 지원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2012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 왔던 충청남도 서천군청은 지난 4월 국제결혼을 하는 군민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던 조례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충북 음성군과 금산군, 경북 울진군, 경기 양평군, 전남 화순군, 충남 부여군, 경상남도 도청 등도 비슷한 정책을 발표했다.

3월 31일 경상남도 창원시청은 지원을 종료한다고 발표했고, 충청북도 괴산군도 3월 20일에 지원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여성가족부는 2020년 국내 국제결혼 지원 프로그램을 평가한 결과, 해당 프로그램이 "한국으로 이주하는 아내를 구매 가능한 상품으로 인식하도록 조장해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성평등과 개인의 존엄성 존중을 바탕으로 혼인을 성립하고 가족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국제결혼 지원 정책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원 프로그램은 대부분 남성만 신청할 수 있어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7개 지자체는 '여성 외국인'과 결혼한 '남성'만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었고, 성별에 따라 지원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지자체는 6곳에 불과했다.

일부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아직도 지원금을 지급하는 지자체는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 강원 고성군과 정선군, 충청북도 단양군, 전라남도 강진군, 경상북도 포항시, 경상남도 하동군 등이 있었다. 다만 강원도는 조례 개정을 마친 상태로, 조례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강원 정선군청도 조례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부에서는 지방 당국이 국제 결혼만 지원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국인의 결혼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국제결혼만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강원도 삼척시는 이러한 이유로 올해 보조금 지원을 종료했다.

농어촌 인구 감소와 결혼 불가 문제는 국제결혼 권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제는 외국인 여성들도 농어업에 종사하는 남성과의 결혼을 거부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OECD 가입국가 답게, 농어촌과 도시간 소득수준과 생활 환경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농어촌에서의 삶이 도시에서의 삶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단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지역 활성화를 위한 기술 개발과 선진국의 우수 사례를 배워 나가는 등의 노력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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