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스파이더맨:홈커밍'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리뷰]'스파이더맨:홈커밍'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이소옥 기자
  • 승인 2017.07.17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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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스파이더맨:홈커밍' 포스터>

영화 '스파이더맨 : 홈커밍'이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극장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마블은 자신들의 장기인 화려한 액션과 특유의 유머, 흠 잡을 데 없는 개연성으로 영화를 무장시켰고, 이는 500만 관객 돌파라는 경이로운 결과로 이어졌다.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평범했던 한 소년이 슈퍼 거미에 물려 초인적인 힘을 가지게 되면서 슈퍼 히어로가 되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너무나 판타지스러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필자는 어쩐지 국내 실정이 자꾸 겹쳐보였다.

‘피터 파커(톰 홀랜드 분)’는 자신이 슈퍼 히어로, 그것도 ‘어벤져스’의 멤버라는 사실에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한다. 어벤져스 멤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을 비디오로 녹화하는 한편, 자신이 ‘스타크 인턴쉽’ 중이라며 친구들에게 한껏 자랑을 하기도 하고 이제나 저제나 자신을 불러줄까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기도 한다.

그는 사랑과 인정을 받는 히어로가 되기를 갈구하며 끊임없이 사건사고에 끼어들고, 그로인해 영화 중반부에 시민들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때 아이언맨이 나타나 현장을 수습했고, 결국 시민들의 환호는 아이언맨의 차지가 된다. 혹자는 이것이 흙수저 영웅과 금수저 영웅의 차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을 가른 차이는 어른과 청소년이라는 나이라거나 빈부의 격차 따위가 아니다. 그것은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단어,‘책임감’의 유무다.

<사진= 영화 '스파이더맨:홈커밍' 스틸컷>

스파이더맨은 초인적인 힘과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수트를 노력이나 경험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그저 운 좋게, 우연히 그의 손에 들어왔다. 때문에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위치에 대한 무게감이나 책임감을 자각하지 못했고, 자신에게 갑자기 주어진 힘을 즐겁게 남용했다.

스파이더맨이 아직 영웅이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확신한 아이언맨이 자신이 준 수트를 돌려받으려 하자 스파이더맨은 ‘수트가 없는 난 아무것도 아니에요!’라며 애원한다. 그리고 바로 이때, 아이언맨의 촌철살인 대사가 나온다. ‘네가 수트 없이 아무 것도 아니라면, 넌 더욱 수트를 가져선 안 돼.’

결국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영웅이란, '자리나 힘이 만드는 것이 아닌 내면의 정의로움과 책임감으로 완성된다는 것으로, 준비되지 않은 자, 혹은 자격이 없는 자가 함부로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닐까. 물론 스파이더맨은 슈퍼 히어로 이야기이기 때문에 영화 후반부에 피터 파커가 수트 없이도 정의를 실현하고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며 끝을 맺는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픽션을 뛰어넘는 법. 영화는 운 좋게 주어진 자리의 힘을 남용하다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누군가를 떠오르게 한다. 한낱 오락거리 영화의 주인공 자리조차도 책임감 없이는 가질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일국의 수장은 오죽할까. 직함 없이 아무 것도 아니라면, 더욱 그 자리에 오르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왕관의 무게, 책임감의 무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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