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골 현대미술의 거장 중 한 명인 베노데 베하리 무케르지는 1957년 53세의 나이로 시력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을 그만두지 않았다. 어둠에 굴하지 않고 종이 컷, 조각, 그림을 만들기 위해 촉각과 기억에 의존해 자신의 능력을 재창조했다.
피카소는 “그림은 시각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색상과 가시광선 스펙트럼은 주관적인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최근 인도 캘커타 창의성 센터(KCC)에서 개최된 아트 페어에서는 ‘예술에 관한 점자 책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을 발표했다.
NGO와 공동으로 출판된 이 책은 촉각 예술 작품으로 전환된 5개의 그림을 선보였다. 책은 예술과 삶에 대한 소개 역할을 하며, 점자 에세이도 읽을 수 있다.
KCC 회장인 리차 아가왈은 “대부분의 전시 카탈로그인 아트북은 점자로는 쓰이지 않고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예술과 문화에 대해 논의하는 점자책은 고사하고, 특권층이 주로 사용하는 영어를 사용한 경우도 많다”며, “우리는 시각장애인들이 예술을 추구하도록 돕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예술에 참여할 수 있는 영감을 줄 수 있도록 한 권의 점자책을 만드는 데 전념했다”고 밝혔다.
시각장애가 있는 성인을 위한 새로운 책을 제작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쉽지 않다. 문화 예술과 관련해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점자책을 제작하는 경우도 드물다. 경제성이 크지 않아 출판사들에서 다양한 종류의 책을 출판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때문에 공적인 재정 지원도 중요한 관건이 된다. 이에 지자체들에서는 자체적으로 점자책 제작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충북지사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등 총 5권의 시각장애인용 점자 도서 제작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충북지사 임직원 33명은 청주 무지개도서관과 연계해 지난 8월 22일부터 10월 14일까지 점자책 만들기에 매진했다.
활자로 된 도서를 한글 프로그램에서 점자 규정에 맞게 입력하면 완성된 한글 입력 내용을 도서관으로 보내 점자변환 프로그램으로 변환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가 탄생된다.
충북지사 임미화 지사장은 "이번 점자 도서 제작 봉사를 통해 문자 독서가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의 문화적 정보 접근 기회를 넓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점자 도서 제작 봉사를 비롯해 앞으로도 지역사회 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