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한국의 생물다양성, 이대로 괜찮은가
[취재수첩]한국의 생물다양성, 이대로 괜찮은가
  • 박상규 기자
  • 승인 2023.03.14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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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공사로 인해 경상남도 산청군 남강의 특화된 생물다양성이 사라졌다,
하천 공사로 인해 경상남도 산청군 남강의 특화된 생물다양성이 사라졌다. 사진=새와 생명의 터

강둑에 가까운 물속에 낮게 앉은 비늘 모양의 물떼새 한 마리가 튀어나온 나무 그늘과 울퉁불퉁한 검은 바위에 반쯤 가려진 채 쉬고 있다. 잠에서 깨어난 새는 조용히 날아가고, 곧 다른 새가 온다.

잘 보면 들쭉날쭉한 볏, 밝고 붉은 부리, 흑백 비늘이 있는 옆구리 등 각 새의 디테일이 절묘하게 다르다. 비늘납자루는 시베리아호랑이와 함께 여름을 보내는 외딴 산골짜기의 동아시아에서 가장 야생적인 하천 숲에서 한국으로 오는 종이다. 수줍음이 많아 가장 무서워하는 포식자인 사람과의 거리를 유지한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얕게 잠수하거나 유속이 가장 빠른 여울에서 잡히는 물고기를 잡아 먹는다. 매년 가을, 북쪽의 강이 얼어붙으면 이들은 남쪽으로 이동하여 댐과 준설, 직선화로 인해 굽이치고 졸졸 흐르는 강, 조약돌 둑 위의 자동차와 야영장 등 이제는 거의 알아볼 수 없는 풍경에서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어둡고 고요한 숲이 우거진 강둑이 이제는 개인 주택, 커피숍,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최신 케이팝 히트곡이 흘러나오며, 한때 안전한 피난처였던 조용한 강변은 포장된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와 하이커들이 찾아오면서 주변의 뛰어난 생물 다양성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비늘장지뱀과 같은 서식지를 공유하는 많은 종들, 즉 땅에 둥지를 트는 긴부리물떼새와 나무에 둥지를 트는 원앙, 수달과 민물거북, 토종 어종 등이 살 수 있는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다양한 종들이 점점 더 좁은 공간에 갇히게 되었고, 한때 서로 연결되었던 생태계는 이제 분열되는 중이다.

한국의 하천을 비롯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서식지에서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늦추고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와 생명의 터 연천 연구원이 지난 2월 15일 여주 남한강변에서 비늘도요를 찾고 있다.

비늘납자루의 경우, 이는 먼저 이 종이 여전히 생존할 수 있는 곳을 찾은 다음 교란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강 구간별로 파악해야 한다. 이는 지속가능성보다 빠른 경제적 수익이 더 중요시되는 세상에서 생태 관광, 지역 브랜드화, 보조금 지원 등 지역 사회가 보존을 통해 진정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지역의 자부심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하천 공사의 위협과 증가하는 교란으로부터 100% 자유로울 수 있는 온전히 보호된 하천은 아직 없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새와 생명의 터는 경기 북부 연천군의 지원으로 철새 이동의 핵심 지역인 연천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에서 주요 구간을 파악하고, 저감 대책을 제안하며,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의 소정의 보조금과 서울 한스자이델재단 사무소의 지원금 덕분에 새와 생명의 터는 세 번째 전국 겨울철새 조사를 실시하여 전국적으로 175개체, 전 세계 개체수의 약 4%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11월 중순에는 3개 하천을 따라 215마리를 조사하여 이들의 이동 전략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밝혀냈다. EAAFP의 소규모 보조금은 식별 및 개체 수 집계에 대한 현장 교육과 교육용 팸플릿 제작에도 중요한 지원을 제공했다.

물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정보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물고기 무늬의 새,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의 새가 지속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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