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어린이집 녹음장치 등원, 타당한가
[취재수첩]어린이집 녹음장치 등원, 타당한가
  • 박상규 기자
  • 승인 2023.06.14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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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수목원 유아 숲 체험 프로그램
양구수목원 유아 숲 체험 프로그램에 어린이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육아맘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녹음 장치를 아이 몸에 숨긴 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적절한지, 정당한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엄마들은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심이 들어 아동 학대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녹음 장치를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엄마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장치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교사들이 알게 된다면,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사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한 채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문제지만, 감시를 위해 CCTV가 이미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녹음장치를 들려 보내는 것은 너무 지나친 처사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온라인 육아 포럼인 맘스홀릭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한 한 유저의 글이 올라왔고, 여러 인터넷 사용자들의 지지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일명 ‘맘스홀릭 녹음기’ 사건으로 통하는 이 작성자는 용인의 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글 작성자는 “22개월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을 너무 거부하고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울어대서 작은 녹음기를 가방에 넣어 어린이집에 보냈다”고 밝혔다.

녹음기를 들어본 작성자는 “애한테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더라. OO처럼 먹으면 안 된다, 네가 그만두든지 내가 그만두든지 하자는 등의 말이 녹음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 작성자는 녹음기를 듣고 어린이집 직원 중 한 명을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글 작성자는 아이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괜찮은 병원을 소개해 달라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 이 글은 포털에 게재되면서 사용자들 간에 의견이 갈라지고 일이 일파만파 커졌다. 지자체뉴스 취재에 따르면 반대파들은 글이 단편적인 입장에서만 써졌다고 반박했다. OO처럼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은, 해당 아이가 개인적인 식사를 가져와서 먹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네가 그만두든지, 내가 그만두든지”라는 말은 아이가 식사 시간에 쉼 없이 돌아다니고 통제가 되지 않아 나온 말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신과 치료에 대해서는 22개월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고 섣부른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여기서 직접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녹음기 문제였다. 온라인 포털에서 '어린이집 녹음기'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목걸이부터 열쇠고리, 배지 형태까지 다양한 형태의 소형 녹음기들이 판매되고 있다. 일부 제품에는 "우리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자"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녹음 장치를 가지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것은 불법적인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 카메라에 오디오 기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일부 부모들은 불안감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진짜 아동 학대가 발생했을 때, 이를 입증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대구의 한 지방법원은 10개월 된 아기에 대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부모가 녹음한 베이비시터의 목소리를 증거로 인정하고 베이비시터에게 벌금형을 부과한 바 있다. 이 판결은 같은 해 대법원에서 항소심 결과 그대로 인정했다.

이 사례는 특정 아동학대 사건에서 불법 촬영 행위보다 아동의 복지가 우선시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어린이집 교사들의 스트레스는 다른 문제다. 충북 청주시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지자체뉴스에 “급여도 많지 않은데 스트레스는 너무 과도한 직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잘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사랑스러운 아이들 가방이나 옷에서 녹음기가 발견된다면, 그건 충격이 참 클 것 같기도 하다”라며, “요즘 학대 소식이 끊이지 않아 걱정되는 학부모들도 많기 때문에 이해는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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